일요일 아침


  일요일 아침 10시 30분, 구름 잔뜩 낀 하늘이다. 어제 밤에는 복통에 시달려 엎드린 채로 잠을 잤다. 굵은 소리로 울리는 남성 성가대원들의 찬송가가 들려온다. 매주마다 생각한다. 다음에 살 집을 찾게 되면 반경 1km 안에는 교회가 없는 집을 찾겠다고. 하지만 그런 장소가 대한민국 안에 존재하는지가 미심쩍어진다. 도쿄 이케부쿠로에 있는 호텔 36층의 방에서 밖을 보았을 때는 이런 곳이면 찬송가는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빨간 십자가가 눈에 보이지 않았고 찬송가도 없을 것 같았다. 교회를 싫어한다거나 기독교를 싫어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2년 동안 교회와 맞붙어 있는 집에 살았던 탓에 끝없는 찬송가를 들었고 그 기간이 5년으로 늘어서 노이로제에 걸렸을 뿐이다. 일요일 아침은, 늦게까지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을 집어 들고는 소파에 누워 읽기 시작한다. 정이현 작가의 [달콜한 나의 도시]. 서점에서 몇 번이나 본적이 있는 이 책을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로- 친구의 권유로 집어 들었다. 그러고보니 어젠 김군의 집에 갔을 때도 책장에 꽂혀 있었던 이 책. 나도 가지고 있고 그도 가지고 있고 그녀도 가지고 있으니 인지세를 많이 벌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보니 인지, 책 뒤에 찍혀 있던 그 빨간 도장의 마크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책을 읽고 2시간이 지나니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는 군중들이 교회에서 쏟아져 나온다.
  ‘나와 같은 열차에서 내린 수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향해 개미 때체럼 일제히 진군했다. 저 높은 곳, 지상의 어딘가에 그들의목적지가 있을 것이다. 지금 이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목적지가 있다는 것에 문득 소름이 돋는다.’라고 극중 은수는 생각했고 나도 그랬다. 11시 반이 되면 바퀴벌레처럼 시커먼 정장의 무리들이 건물 속에서 쏟아져 나온다. 1시가 되면 자양분을 흡수하고 다시 건물 안으로 몰려 들어가 층층을 쌓으며 건물만큼의 높이를 이룬다. 컴퓨터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종이로 무엇을 기록한다. 무엇인가를 창출해내는데 그것이 실제적인 가치를 지니는 무엇인가는 잘 모르겠다. 결국은 1차 산업 기반의 위에서 무엇인가 가상의 서비스들을 만들어내는 것이긴 한데 1차 산엄이 없으면 그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농부와 어부와 광부들에게 인생을 얹혀 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은 도돌이표의 연속이다. 다음 주에도 굵직한 성가대는 일요일 아침의 나를 깨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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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9 12:54 2008/11/09 12:54
by sleeper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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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하루


  한 동안 -어제까지- 네스프레소에 열광을 하면서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다. ‘네스프레소는 원두를 직접 갈 필요도 없고 청소를 할 필요도 없잖아.’ 그래서 넘어 갈 뻔한 단계까지 갔는데 오늘이 지나고 나니 마음이 좀 시큰둥 하다. 금방 사온 원두를 갈아서 에스프레소를 뽑아 마셨다. 로스팅이 너무 깊게 됐나, 심장 밑까지 뻐근하다. 그래서 한 잔 더 뽑았다. 신맛이 감도는 커피가 좋은데 이번 원두는 이상하게 쇠맛이 난다. 설마 정말 쇠가 들어갔나... 딱 쇠맛인데 이거. 설마 아리수로 뽑았다고 이런 것은 아니겠지.
  요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한다. 그래봤자 정시 퇴근. 그래도 그 정시 퇴근을 지키기 위해서 머리를 끊임 없이 돌린다. 메일도 확인하지 않는다. daizy도 들어가지 않았다. 화장실 가는 것도 참았다 참았다 겨우 간다. 아, 내가 일에 이렇게 열심이었던 사람인가.
  퇴근하기 전에야 어제 북카트에 넣어두었던 책과 음반을 결제했다. 어제 밤에 넣어뒀는데, 역시 맥은 차별을 당한다. [상실의 시대]를 다시 샀다. 미도리 칵테일이 생각나기도 했고 그냥 다시 읽어보고 싶기도 했다. 한 때는 하루키의 책을 열심히 팠었는데 [해변의 카프카] 이후로 좀 시들해졌다. 다른 하나는 우미인의 추천으로 [나의 달콤한 도시]이고 나머지는 어제 서점에서 잠깐 스쳐 지나갔던 [서울 이런 곳 와보셨어요] 그래 나는 서울에 살면서 너무 집 안에만 있었어. 이 책들, 언제 다 읽으려나 모르겠다. 출근길이 약간만 길었으면 좋겠다.
  커피 한 잔을 더 마셨는데 여전히 쇠맛이 난다. 아리수 때문인 것 같다. 학생 때는 아리수를 잘만 먹고 살았는데 이제는 불소가 이빨 사이에 낄 것 같다. 아리수 광고를 해대니 과대 광고, 과대 광고라고 생각 됐다.
아. 그리고 하루가 다 갔다. Tom이나 뵈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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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3 21:14 2008/11/0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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