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8월 14th, 2010 Comments Off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을 때부터 ‘아… 이 사람 보통이 아닌데’라고 느꼈는데 ‘발칙한 유럽산책’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 확신이 더해졌다. 빌 브라이슨, 그는 웃음을 이끌어내는데 천재적인 작가다. 그의 책 뒷편에 적혀 있는 평가 ‘빌 브라이슨은 세탁 건조한 옷에서 나오는 보풀이나 해열제 따위에 관한 글을 쓰더라도 우리를 깔갈 웃게 만들 타고난 유머작가이다.’라는 말을 절대 거짓이 아니다. 나는 삭막한 아침의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는 짧은 시간, 그러니까 정확히 7분 동안 읽는 몇 페이지의 글에서 몇 번이나 웃는지 모른다. 언제나 옆에 서 있는 아가씨가 아이폰으로 클리앙에 올라온 밤 사이의 인증글들을 열심히 확인할 동안 -이럴 때는 묘한 동질감을 느껴서 나도 클리앙을 열심히 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지하철을 타기도 전에 클리앙 앱을 실힝시켰다. 나도 한 동안은 그랬다- 나는 이 책을 손에 끼고서 몇 번이나 재밌는 문구를 곱씹어 봤다.
여행서라면, 서점에 가면 한 구석을 가득 채우고서 ‘이제 곧 당신도 세계인’이라고 부추기는, 사진이라도 좀 있을 법 한데 이 책에는 사진이라고는 한 장도 없다. 디카가 범람한 이후로 사진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자 이제는 누구나 다 여행작가인 듯 사진만 잔뜩 끼워넣고 고민하는 -정말 우습다- 듯 한 글만 담은 여행책을 접하다가 그의 책을 손에 집에 든다면, 틀림 없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이게 바로 진짜 여행기라는 생각이 든다.
단점도 있는 법, 이 책은 소설이다, 소설. 여행관련 서적은 슥슥 넘겨가면서 읽을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러기는 불가능하다. 책에 글자들이 꽉꽉 차 있기 때문에 한 글자, 한 글자 정신 차려서 읽는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다음 문장이 궁금해지기 때문에 지루하지는 않다. 얼른 후딱 읽어치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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